프로젝트 인턴십 :익선동이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2022.07.15

문화는 한 사람이 만들 수 없습니다. 여러 아이디어가 모여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듭니다. 2020년 진행된 ‘프로젝트 인턴십’은 그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네오밸류가 만드는 도시문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LCL(Lifestyle City Lab)’의 토대가 되기도 한 ‘프로젝트 인턴십’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현대 도시가 마주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상권이 무너지고 도시가 몰락합니다. 익선동도 그 위험에 직면해있습니다. 현재는 MZ세대들의 큰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바뀌지 않으면 쇠퇴할 수 있습니다. 익선동이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 답을 ‘프로젝트 인턴십’에 참여한 인원 가운데 ‘익선동 개발’ 과제를 맡은 16명의 참가자들이 내놓았습니다.

“익선동의 지속가능성은 ‘컨셔스’에” - A팀

익선동A팀 : ‘컨셔스’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점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으려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왜 발생하는지부터 살펴봐야합니다. A팀은 “소비지가 인지하는 로컬 아이덴티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소상공인의 창작활동이나 공간적 분위기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소비자의 외면을 부른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익선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익선동만의 정체성을 찾고 이를 유지해야한다는 게 A팀의 생각입니다.

한옥과 골목길은 익선동의 고유한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공간적 분위기만 강조하면 언젠가 질리게 됩니다. 더군다나 익선동을 방문하는 주요 소비주체인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합니다. 익선동 안에서 새롭고 다채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다른 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A팀이 주목한 키워드는 ‘Conscious(컨셔스)’입니다. 컨셔스는 원자재 선정부터 제조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말하는데요. MZ세대의 각광을 받으며 점차 주류 트렌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익선동을 이런 컨셔스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심지로 만들자는 것이 A팀의 목표입니다.

밀레니얼의 가치소비를 위한 도시 공간, ‘익선관’

‘컨셔스’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A팀이 브랜딩한 공간은 ‘익선관’입니다. 익선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가치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브랜드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인데요. 진정성 있는 컨셔스 컨셉을 위해 공간을 목재 프레임으로 건축하고, 친환경적 구조로 기획했습니다. 주변의 한옥과 어우러질 수 있게 개방적인 공간감을 두는가 하면,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이벤트를 담아내기 위해 가벽을 유동적으로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B팀이 기획한 ‘익선관’엔 ① 라이프스타일샵 ② 음식점 ③ 카페 등이 입점합니다. 테넌트를 선정할 때도 ‘컨셔스’라는 컨셉이 밑바탕이 됩니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브랜드인지 따져야한다는 거죠. 일부 음식점이나 카페는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하고 특색 있는 브랜드 위주로 채워 넣는다는 구상입니다.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핵심은 ‘수익’입니다. 아무리 정체성이 뚜렷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상권이 죽게 될 테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B팀은 ‘익선관’의 투자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기본 임대료를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매출이 일정 조건을 넘을 경우 수익의 15%를 분배 받는 상생형 수익모델 등을 구상했습니다. 투자구조마저 ‘컨셔스’하고 ‘익선동스럽게’ 가져가야한다는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익선동A팀 구성원 : 김나연, 박소민, 유시은, 이준기 

“익선동 골목길에 ‘집’ 같은 공간을” - B팀

익선동B팀 : 익선동의 ‘집’ 바이브.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

좁은 골목길에 한옥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익선동만의 특색입니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그 한옥엔 수많은 서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익선동의 시작은 ‘주거 공간’이었던 거죠. B팀이 익선동의 정체성을 “주거마을인 동시에 한옥과 골목길이라는 독특한 하드웨어를 가진 상업공간”이라고 정의내린 이유입니다.

 

그래서 B팀은 익선동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으로 ‘주거문화 DNA’를 제시했습니다. 익선동의 주타깃인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1인 주거공간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은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MZ세대의 결핍을 충족시켜줄 ‘집’을 닮은 복합문화공간을 개발해, 익선동을 주거 문화 전파의 거점으로 활용하자는 게 B팀의 주장입니다.

혼자 사는 MZ세대의 ‘결핍’을 겨냥한 ‘담소’

B팀이 브랜딩한 공간은 ‘담소’입니다. 집에서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던 것처럼, ‘담소’라는 공간에서 MZ세대들의 이야기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한옥 형태의 건물로 본채와 별채를 나눠 디자인하고, 그 안엔 MZ세대 맞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테넌트로 채워 넣는다는 구상입니다.

구체적으로 1층엔 ‘거실’의 역할을 하는 로비 공간을 구성하는데, ‘레진코믹스’ 등을 유치해 만화를 읽거나 작가와의 대화를 나누는 등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합니다. 또 ‘클래스101’의 입점도 유도해 각 층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취미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을 통해 ‘담소’가 일종의 휴식 공간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B팀은 ‘담소’가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별도의 금융구조를 제시했는데요. 폐쇄형 공모펀드를 발행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25%의 우선매입권을 제공하고, 임대료 부과 기준에도 초과 누진제도를 적용해 상생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B팀은 ‘담소’라는 공간이 ‘집’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공간이 되어, 궁극적으로 익선동의 ‘마을회관’ 느낌으로 거듭나길 기대했습니다.

익선동B팀 구성원 : 김준, 전경석, 조세은, 천새별

“사진으로 익선동 공유하기” - C팀

익선동C팀 : 익선동의 ‘문화’와 ‘정체성’ 회복하기

익선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경계’ 단계입니다. 아직은 트렌디한 골목상권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임대료가 6년 사이 4배 이상 급등하면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익선동에 C팀은 ‘CREADI’ 모델을 접목했습니다. Culture, Rent, Entrepreneur, Access, Design, Identity의 6가지 기준을 토대로 상권을 분석하는 모델인데요. 그 결과, 익선동엔 문화(C)와 정체성(I)을 회복하기 위한 개발계획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C팀이 주목한 키워드는 ‘경험’과 ‘공유’입니다. 가치를 소비하고 경험을 중시하고 취향 공동체를 이루길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했습니다. 경험과 공유라는 특성은 ‘사진’에 잘 나타납니다. 사진은 어떤 순간의 모습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순간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C팀이 ‘사진’을 익선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솔루션으로 제시한 이유입니다.

사진에 답이 있다, ‘Photo in the Pocket’

이를 바탕으로 C팀은 ‘Photo in the Pocket(2P’s)’을 브랜딩했습니다. 2P’s는 문화‧전시‧커뮤니티를 위한 3가지 컨셉으로 나뉘는데요. 익선동 주변에 조각나있는 ‘문화’를 사진을 통해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를 열어 새로운 가치소비를 추구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해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구체적으로 1층에선 카페를 직영으로 운영해 사진 관련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살롱 컨셉으로 꾸미고, 2층엔 유명 필름‧카메라 브랜드를 입점 시킬 수 있습니다. 카메라 관련 클래스나 체험 콘텐츠를 자체 기획하거나 사진 전시회를 유치하는 방안도 구상했습니다. 전체적인 공간 디자인은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하얀 공책’을 컨셉으로 깔끔하고 절제된 느낌을 추구합니다.

익선동C팀 구성원 : 김호진 안희수 정소영 한영목

 

 

 

 

 

 

“Mix up, the 익선동!” - D팀

익선동D팀 :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은 ‘부조화’

D팀은 젠트르피케이션을 “섞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높아진 임대료로 기존의 사람들이 밀려나는 과정에서 서로 협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 것인데요. 따라서 젠트르피케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선 임차인과 건물주, 기존 거주민과 소비자가 “다시 섞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익선동 안에서 임차인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건물주는 임대료 이외 안정적인 수익을 마련하고, 기존 원주민은 개발수익을 나누고, 소비자는 좋은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상생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어우러짐’이란 컨셉이 B팀이 제시한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 해법의 키워드였습니다.

어우러짐의 공간, ‘믹선동(Mix + 익선동)’

‘어우러짐’이란 컨셉을 토대로 D팀이 브랜딩한 공간은 ‘믹선동’입니다. 건물 외적으로는 한옥과 현대 건물 디자인을 어우러지게 하고, 마당을 설치해 소비자들끼리 어우러짐이 가능하게 하며, 각양각색의 브랜드를 유치해 각기 다른 취향들을 ‘mix’하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기존 상권과 창업 아이템을 가진 청년들을 연결해 상생을 도모하고, 공유주방 등을 운영해 각 상점의 임대료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층엔 유입인구를 늘릴 수 있도록 이목을 끄는 브랜드를 입점 시키고, 2층엔 ‘믹선동’에 머무르게 할 만한 콘텐츠를 자체 운영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는데요. 가령 MZ세대 복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캔모아’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을지OB베어’를 결합한 ‘OB모아’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브랜드와 사업군을 적극 연결시켜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는 구상입니다.

D팀은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수익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판단 하에, 수익 구조도 구체화했습니다. 사모 리츠 방식으로 시가보다 저렴하게 마을공동체에 우선주를 판매하거나 우선주 배분금을 우선적으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에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외에도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서, 50년이 지나도 지속가능한 건물로 거듭나게 하는는 것이 D팀의 목표입니다.

익선동D팀 구성원 : 김세진 김승현 유우진 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