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프로젝트: 고정되지 않은 정체성, 네임리스

2022.08.03

도시문화 프로젝트의 첫번째 선정지이자 창조적인 문화가 샘솟는 도시, 성수에서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성수문화복합발전소(가칭)’ 프로젝트!  

창의적인 업무 시설과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상업 시설의 결합, 성수동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복합 시설을

기획하고 실현하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함께 공간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그 과정에 함께한 네 곳의 건축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해시태그 토크로 만나보세요.

고정되지 않은 정체성, 네임리스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로 예측불허한 세상 속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네임리스

저희 사무소는 뉴욕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가진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서 늘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 시설, 종교 시설, 상업 시설, 주거 시설 등의 경계 없이 다양한 시설들을 설계하고 있어요. 저희 사무소 이름이 ‘네임리스’인 것처럼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은 건축, 유연한 가치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거든요. 그렇게 만든 저희의 건축물도 하나의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저희가 진행했던 남양주 동화고등학교의 삼각학교는 기존의 폐쇄적인 학교 건축을 탈피해 열린 가능성, 공용성인 공공적 가능성을 탐구했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해요.

#삼각학교

저희가 지향하는 건 특정 건축 시설의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향유하고 생활하고 어떤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건물들에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아마추어적인 생각으로 다양한 건물들을 실현시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고요. 처음 학교 건물 프로젝트를 마주했을 때, 딱 드는 생각이 그거였어요. ‘우리가 경험한 학교 공간은 어땠나? 그곳에서 라이프스타일은 어땠나.’ 사실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학교에 대한 경험은 비슷해요. 그 이유가 학교라는 공간은 표준설계도면으로 볼 때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동일한 근본을 가지고 있거든요. 복도라는 공간은 투시도적으로 직선으로 뻗어 있고, 그 다음 다닥다닥 붙어 반복되는 교실 공간이 있죠. 그 공간들은 상당히 감시와 통제가 용이한 공간이에요. 소수에 의해서 다수가 관찰되고 감시될 수 있는 통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감옥과 다름없는 건축의 유형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저희는 우리가 경험한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삼각학교 설계를 시작했고 중정을 가운데 둔 삼각형 형태로 만들었어요. 그 중정이 학생들에겐 자유로운 마당이 되고 구심점이 되어서 360도 회전하는 공용 공간을 갖는 투명한 공간, 그러니까 모두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서, 선생님들의 행위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모습들이 투영되는 하나의 중정을 구심점으로 한 교실을 설계하게 됐어요.

#뉴욕덤보 #성수동

십여 년 전쯤 뉴욕 덤보라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곳 역시 과거 공장 지대였고 제가 갔던 시기쯤 새로운 문화가 침투되는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공장이었던 장소에 다양한 문화 행위들이 일어나는 풍경을 봤고, 7~8년 전 성수동을 보면서 덤보와 유사한 도시 풍경들과 콘텐츠를 느꼈어요. 뭐랄까, 과거의 역사가 진득하게 펼쳐져 있는데, 그 역사를 뛰어넘는 어떤 사람들의 행위들이 벌어지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죠. 성수는 항상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즐거움이 있어요. 성수동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스펙터클함, 이런 곳에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오밸류 공모전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흐르는성수섬

제가 뚝섬역과 인연이 좀 있는데요, 10년 전쯤 아무런 프로젝트도 없을 때 뚝섬역 근처 고가도로에서 어떤 작가와 설치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도심의 번잡한 풍경 안에서 고요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고가에 작품을 매다는 설치를 했었죠. 허가도 안 받고,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작업이었어요(웃음). 그런 추억 때문인지 지금은 건조한 장소지만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이야기들이 괜히 상상이 되곤 했어요. 사실 성수동이 섬은 아닌데, 예전에 한강이 범람하면 뚝섬, 성수동 일대가 물에 잠겨 섬이 되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물길을 정리한 평지에 공장 시설이 들어서고, 지금은 어떤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플랫폼으로써 기능하는 장소가 됐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 네오밸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 새로운 오피스의 이야기, 새로운 상업 공간의 가치들이 매우 적절한 시간과 장소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성수동은 고정되지 않은 유동성의 가치가 있는 공간이란 생각이 들고, 그게 이곳의 업무 공간과 상업 공간의 특성인 것 같아요. 매년 흘러가는 흐름들이 있는데, 시간에 따라 변하는 가치들이 스펙터클하고 사람들의 동선도 늘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갖고 있고요. 

#인프라스트럭처

네오밸류의 성수동 사이트를 마주하고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이 주변부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인프라스트럭처(infra structure)였어요. 뚝섬역이 바로 인접해 있고 지하철 역사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고가가 대지 앞에 있는데, 풍경의 확보가 아니라 도시의 큰 인프라를 마주한 모습 자체가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고가 시설은 뭔가 액티브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 시설이잖아요. 

복합시설이라는 특징이 대지의 맥락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은데요, 성수동이란 지역에서는 복합시설이라는 맥락이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성수동이 갖고 있는 매력, 즉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고 다양한 행위를 만들어내는 장소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곳에 들어설 복합시설은 아마도 성수동을 압축하는 하나의 수직적인 풍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팩토리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에 제안하고 싶은 키워드는 ‘뉴팩토리’예요. ‘뉴’라는 단어는 지극히 일상적인 단어인데요, ‘NEW’로 함축한 성수동 프로젝트를 세 가지 워딩으로 푼다면 서로 다른 시대적인 배경들과 가치들을 연결하는 의미의 ‘네트워킹(Networking)’, 즐기기 위한 상업 시설을 뜻하는 ‘인조잉(Enjoying)’, 일하기 위한 장소를 의미하는 ‘워킹(Working)’입니다. 결국 연결하고 즐기고 일하는 발전소라는 의미의 뉴팩토리가 저희의 키워드입니다. 

#거미줄

사실 디벨로퍼 분들에게 연락이 오면 일단 좀 경계심을 갖게 돼요. 그런데 네오밸류라는 회사는 저희가 이미 인지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 이야기들을 창출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있는 회사란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공모전에도 참여하는 것 자체를 즐겁게 생각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저희는 성수동이라는 도시의 구조 자체가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지대는 평탄하지만 그 안에 거미줄같은 연결 통로들과 사람들의 동선들이 연결되는 어떤 이야기들이 성수동 지역 전체에 좀 펼쳐져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의 수직적인 풍경으로 재현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