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페이스 관측소] 익선동 헤리티지를 품은 문화 정거장: 루프스테이션 익선

2022.07.12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에 2022년 6월 29일 기고된 루프스테이션 익선 인터뷰입니다. (원작자 윤솔희 에디터)

2010년대 후반 뜨거운 소매상권이었다가 단숨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으로 식어버린 동네, 익선동. 그 빠른 호흡에 대중도 익선동을 ‘새로울 게 없는 동네’로 여겼는데, 2022년 봄 익선동에 불어 든 변화가 심상치 않다.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성수동에나 등장할 법한 복합문화플랫폼을 개관하고 나선 것. 바로 루프스테이션 익선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익선동이 다시 보인다. 폭 2m 내외의 좁은 골목에 여전히 약진하는 기업이 날아들고 명맥을 유지하는 가게들이 꾸준히 사람을 모으고 있다. 맞다. 사실 이곳, ‘물 들어온 동네’ 아닌가. 네오밸류 정종현 부사장에게 익선동에 그려갈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만들겠다는 기업 이념에

신도시에서 앨리웨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도심으로 눈을 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종현 네오밸류 부사장

익선동의 새로운 챕터

 

지난 5월 16일 루프스테이션 익선 개관 소식을 알렸습니다.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2018년 11월에 부지를 확보한 뒤로 개관까지 꼬박 4년이 걸렸습니다. 지역 특성상 행정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많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민이 길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네오밸류만의 도심형 리테일 모습을 그려보자는 뜻에는 변함이 없어 여러 전문가의 중지를 모아 막바지 1년 6개월을 바짝 준비해 개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온라인을 디폴트로 삼는 이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이 무엇일지 차차 보여줄 생각입니다.

특히 익선동을 주목한 이유가 있다면?

2018년 11월에 부지를 확보한 뒤로 개관까지 꼬박 4년이 걸렸습니다. 지역 특성상 행정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많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민이 길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네오밸류만의 도심형 리테일 모습을 그려보자는 뜻에는 변함이 없어 여러 전문가의 중지를 모아 막바지 1년 6개월을 바짝 준비해 개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온라인을 디폴트로 삼는 이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이 무엇일지 차차 보여줄 생각입니다.

네오밸류가 기획한 도시 문화 정거장 루프스테이션 익선

루프스테이션’은 어떤 의미인가요?

녹음한 구간 위에 다른 소리를 쌓아주는 음향 장비 ‘루프스테이션’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소리가 모여 음악이 되듯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켜켜이 쌓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루프스테이션의 핵심은 ‘연결(Loop)’ 입니다. 연결의 대상은 플랫폼 내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일 수도 있고, 밖에서 사람과 지역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안하고, 다양한 기능성을 두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도시 문화 정거장(Station)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가는 누구입니까?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SoA 건축사사무소가 진행했습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고 그라운드시소 서촌을 설계한 건축가들이죠. 총 2동의 건물로 각각 2개층과 루프탑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한 동은 연면적이 681.56m2 이고 한 동은 176.47m2 입니다. 목재 기둥과 기와지붕이 특징인 익선동 한옥 군집 풍경을 해치지 않으려고 마감재 종류와 색상을 세심하게 선정했습니다. 콘텐츠가 상시 바뀔 것을 감안해 기둥을 외부로 배치하며 무주공간을 구현했고 층고도 8m 높이를 확보했어요. 실내에서 벌어질 다양한 행위와 이벤트들이 골목에 물들 수 있도록 투명한 커튼월로 마감하고 개방형 슬라이딩 도어도 달았지요. 이곳에 오시면 루프탑에 올라 꼭 전망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익선동의 도심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한 스폿입니다. 요가나 명상 등 야외 행사도 가능할 만큼 넓은 것이 장점이라 코로나19 이후 야외 행사가 많아진 수요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첫 팝업으로 현대자동차가 주관하는 팰리세이드 하우스를 열었습니다.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6일까지 개최했습니다. 한 동에는 팰리세이드와 팰리세이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아트피스가, 한 동에는 각양각색 취향이 가득한 가상의 팰리세이드 오너 가족 집을 조성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모았죠. 단순히 제품 그 자체를 보여주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한 사람의 스타일, 분위기, 관심사를 종합적으로 큐레이션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루프스테이션 익선과 결이 잘 맞았습니다. 골목을 마주하고 저희가 운영해오던 밀도 익선동점도 이김에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앞으로 루프스테이션 익선과 함께 호흡해갈 예정입니다.

실내의 이벤트가 언제든 지역과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방형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했다.
동네의 경관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마감재를 세심히 선정했다.
루프스테이션 익선은 2동으로 구성되어 있어 내용이나 분위기에 맞춰 공간 조성을 달리 구현할 수 있다.
루프스테이션 익선 우측의 작은 한옥 건물 역시 앞으로 루프스테이션 익선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로 물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루프스테이션 익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엔데믹’이 다가오며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네오밸류는 루프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삭막한 도시에 개성 있는 색을 입혀주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예컨대 팔지 않는 리테일이란 새로운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 콘텐츠 자체를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즉 요즘 도시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어 보겠다는 포부입니다.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는 국내외 브랜드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네오밸류 자체 기획형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계획도 있습니다. 익선동 상인들의 관심도 긍정적이라 봅니다. 지역 내 시설과 경쟁하지 않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죠. 공공보행통로를 만든 것도 저희가 지역에 기여한 부분입니다. 이처럼 네오밸류는 저희만의 방식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굳이 카테고리화하면 브랜드 팝업스토어라 할 텐데요. 대관 유치가 원활하지 않으면 운영에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요?

저희는 조금 더 높은 가치를 보고 있습니다. 루프스테이션 익선에서 네오밸류가 얻고자 하는 무엇은 고수익 창출에 있지 않아요. 그보다는 변화하는 대중의 니즈, 그에 따른 브랜드의 제스처, 최종적으로는 이 시대 라이프스타일의 관찰 겸 제안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역시 이 공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면면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할 생각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오밸류의 새로운 챕터

왜 도심을 주목했나요? 신도시보다 까다롭고 수익성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네오밸류는 앨리웨이란 브랜드를 통해 신도시에 문화가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왔습니다. 이때도 저희는 ‘잘 팔리는 상가’, ‘수익성이 좋은 개발’을 쫓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가고 싶은 동네’, ‘머물고 싶은 동네’, ‘살고 싶은 도시’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 방향이 현재 더 필요하고 부동산의 부가가치 또한 키울 방법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오밸류가 가진 역량으로 도심 공동화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우리 사회의 숙제를 풀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만들겠다는 기업 비전이 있기에 신도시 이후로 도심에 눈을 돌린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이름 뒤에 ‘익선’이 붙은 걸 보면 ‘루프스테이션’이란 브랜드를 앞으로 여러 동네에 확장할 계획인 듯합니다.

익선점이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서로 다른 콘텐츠를 적층해 가는 곳이라면 홍대점은 1~2인 주거, 서울숲점은 상업시설 및 오피스로 구상 중입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홍대점은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와 협업해 소규모 가구의 코리빙 및 코워킹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숲점은 이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기업, 브랜드가 모이는 문화복합발전소가 될 것이고요. 특히 서울숲점에서는 지상 주차장을 활용해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두 곳 모두 2023년 중순 개관을 목표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뻔하지 않은 가슴 뛰는 공간이 완성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루프스테이션 홍대,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조감도

네오밸류가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란 무엇입니까?

네오밸류는 라이프스타일의 6가지 요소를 정의했습니다. 휴머니티(humanity), 커넥션(connection), 웰니스(wellness), 인스프레이션(inspiration), 인조이먼트(enjoyment), 컨비니언스(convenience). 이 모든 것을 갖출 수도 있고 그중 일부만 있을 수도 있죠. 중요한 건 그 지역의 맥락과 여건에 맞게 선택적으로 갖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라이프스타일이 자기만의 색으로 번지는 곳이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의 시선에서 그 지역에 필요한 도시문화를 공간과 콘텐츠의 힘으로 구체화해갈 것입니다.  

루프스테이션 익선 루프탑에서 바라본 익선동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