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가림벽, ‘아트월(Art wall)’ 될 수는 없을까?

2022.02.23

공사장 가림막의 변신

개성의 도시, 회색의 도시

줄 서서 먹는 맛집들, 작지만 힘 있는 로컬 브랜드, 트렌디한 편집샵. ‘성수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죠. 하지만 실제 성수의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풍경은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성수동의 인기를 자랑하듯, 하루가 멀다 하고 지어지는 건물과 가림벽들로 도시가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성수, 어느 도시보다 개성있지만 또 그 어느 곳보다 회색이 가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공사장 가림벽이 ‘아트월(Art wall)’ 될 수는 없을까?

땅을 개발하고 건물을 짓는 일을 업으로 하는 네오밸류 역시, 지난 16년 간 수많은 가림벽을 세웠습니다. 네오밸류의 가림벽 또한 일반적인 가림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죠. 뚝섬역에 세워진 ‘루프스테이션 서울숲’의 가림벽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관행에 따라 일반적인 형태의 가림벽을 세웠습니다.

 

특히나 뚝섬역 가장 중심이 되는 자리, 네오밸류가 세운 거대한 가림벽을 볼 때면 ‘우리가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도시의 풍경을 해치는 게 아닐까’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도시, 성수를 만들겠다는 저희의 의도와는 반대로 말이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가림벽이 아닌 도시의 색을 더하는 ‘아트월(Art wall)’을 만들어 보자고요.

가로 94m 세로 6m. 이 큰 벽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초반에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2만장이 넘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조사했어요. 그러다 2019년 영국 해외답사 때 찍었던 사진 한 장을 발견합니다. 런던의 길거리, 붉은 벽돌로 가득한 벽면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 한 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성수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붉은 벽돌로 가림벽을 채운다면 성수의 지역적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대표 이미지를 찾은 뒤, 그 다음 고민은 ‘메시지’였습니다.

루프스테이션 아트월 기획 과정
스토리_가림막_04
△ 아트월 부착 전/후

Everything, the digital world doesn’t have.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우리 사이에 생긴 ‘사회적 거리’였죠. 만남, 교류, 대화.. 코로나로 인해 소중한 많은 것들이 나중으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잊혀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사는 우리가 꼭 되찾아야 하는 가치들이죠.

 

Everything, the digital world doesn’t have. (디지털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모든 것) 우리는 이 문구를 통해 ‘루프스테이션’이라는 공간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NOVO와의 콜라보레이션

이 벽화는 비주얼 아티스트 ‘노보(NOVO)’와 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아티스트 노보와는 이전 앨리웨이 협업부터 함께 하며, 우리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해 줄 작가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을 성수동에서 보내며 성수동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 배경 덕에 이번 아트월 작업 속에는 노보 작가의 성수동의 추억이 하나 하나 담겨 있습니다. 운동선수의 꿈을 키웠던 농구공, 의류 제조업 공장을 보며 키웠던 패션 디자이너의 꿈, 미래를 그렸던 노트 등.

△ 노보 작가의 손글씨로 채워진 디테일
△ 노보 작가의 아트월 인증샷

아티스트 노보는 인터뷰를 통해 아래와 같은 참여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갤러리에 방문하지 않고도, 거리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인 아트월을 마주하며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성수동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고 설레는 작업이었습니다”

△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조감도

앞으로도 네오밸류가 만드는 루프스테이션은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루프스테이션’의 미션 아래 다양한 도시에 문화 예술 협업을 통한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변주를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루프스테이션 서울숲 아트월은 내년 하반기까지 뚝섬역 8번 출구 앞에 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고 멋진 사진도 남겨주세요!